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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세계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바라보며 삶을 산다.

그들은 빛이 밝을수록 그 이면인 어둠이 더욱 시커멓다는 사실을 모른다.

그리고 희망이나 절망으로 얼룩진 운명이라는 것은 종종 갑작스럽게 찾아 온다.

 

 

 

 

2011년 3월 5일

남들과 다르지 않은 특별할 것 없는 인생.

쳇바퀴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.

나는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.

 

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사회가 이루는 시스템 속에서 타성에 물들어,

설마 나라는 인간에게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꺼라는 것에 대해서

일말의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.

그래. 그 할머니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었다.

 

 

 

 

 

2011년 3월 4일

언제나처럼 나는 다른날과 같이 등교길에 오르고 있었다.

어김없이 지하철역은 제 갈길이 바쁜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.

 

역 주변에서 야채와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들...

 

동냥을 하는 노숙자들과 갈 곳없이 헤매이는 노인들...

 

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몇몇 외국인들...

 

나는 반쯤은 상한듯한 생선의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

짧은 한숨을 내쉬며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.

그때였다.

누군가가 나를 덜컥하고 붙잡았다.

 

 

 

 

"학생 이 불쌍한 할매좀 도와주게나.."

고개를 숙여 내려다보자 허름한 옷에 주름이 깊게패인 얼굴의

 할머니 한분이 진물이 흐르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. 

그녀는 뼈만 남은 앙상한 손을 내밀어 내 옷깃을 거세게 거머쥐었다.

" 벌써 며칠째 밥도 못먹고 있다네... 학생."

 

 

 

나는 당황스러웠다.

하지만.. 이번 열차를 놓치면 지각을 하게되는 상황이고... 딱히 여유로 가지고 나온 돈이 없었다.

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힘 없는 노인의 손가락을 억지로 떼내었다.

상황이 이러니 못 본채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.

 

 

 

 

 

"죄송해요 할머니 제가 좀 바빠서요.... 이만.."

 

 

 

 

나는 뒤도 안돌아보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.

하지만 학교에 가는내내 할머니의 절박하던 표정과 음성이 내 머리속에 자꾸 떠올라서

무언가 갑갑한 기분을 감출 수 없었다.

 

 

 

수업이 시작되고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가 되어도

지하철역의 할머니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.

 

 

 

 

"아... 집중안되네..정말.."

 

 

 

 

 

방과후..

집으로 가는길.

수업을 듣는 둥 마는둥 하루를 보낸 나는

어느때보다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서두르며 지하철역을 향하고 있었다.

무거운 불안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은 착각이 아니었을까.

   할머니는 그 자리에 그대로 계셨다.

다만.. 그 할머니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..

구급차와 함께 말이다.....

 

 

 

"아..정말..재수도 없지.."

나는 허망한 얼굴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.

"아직 할머니 얼굴도 계속 생각나는데..."

 

 

 

속이 메슥거려서 구역질이 날 것만 같다.

그야말로 내게 있어서 최악의 하루였다.

 

 

 

"너무하잖아... 이건.."

 

 

 

 

 

그리고 그날밤.. 난..악몽을 꾸게 된다..

 

시작할까요?